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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나도
더위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름 더위는 미련이 많은가 보다.
한 낮의 더위는 아직도 땀을 비오듯 쏟아내게 한다.
매미도 가는 여름을 부여잡고 목청을 높인다.
 
이번 여름방학은 긴장과 함께 특별히 하는 일없이 분주하게 보냈다.
우리 할아버지(?)께서 사십여 일을 병원에 입원해 계셨기 때문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이심에도 학교 업무와
잦은 나라밖 선교와 초빙강사로 노익장을 과시하시고,
꾸준한 운동과 음식조절, 기도와 말씀 연구로
날마다 계획된 삶을 사신 분이라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음식소화가 어려워 검사한 결과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렵다는 췌장수술은 총장님과 가족이 지켜본 가운데
새벽까지 이어졌고, 7시간의 긴수술 끝에 결과는 좋았다.
 
1인실 병실사용을 권유하시는 총장님의 배려에도
굳이 2인실을 고집하신다.
옆 환자와 가족들을 전도하기 위함이라고 깊은 속내를 보이시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부득이 6인실 사용을 못내 아쉬워하는
두 분의 검소한 성품에 고개가 숙여진다. 
룸메이트와 그의 보호자는 어느새 가족이 되어있다.
 
병원에서의 풍경은 인간의 연약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술환자가 많은 병동인지라
환자나 문병 온 친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 한 마디는 명약이 된다.
대여섯 번의 룸메이트가 바뀌었음에도
따뜻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바쁜업무 중에도 총장님 내외분과 재무부총장님 내외분의
애정어린 관심과 위로의 발걸음은 매일같이 한결같으시고,
여러 교수님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기도와 위로,
가족과 친지의 꾸준한 방문으로 금새 새 힘을 얻으시기에 충분하다.
 
또한, 앞다투어 경쟁이라도 하듯 간병하는 이들을 위한
백석교회 지체들의 릴레이 사랑의 도시락은 날마다 진수성찬이다.
이처럼 백석교회 공동체의 사랑의 중보와 아름다운 교제는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라 확신한다.
 
여호와 이레로 예비하심인가?
때마침 미국에서 강성교회 사모님이 한국에 오셨다가
간병을 자처하시고 섬기시는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나온다.
부끄럽지만 민첩하지 못한 나로서는 덕분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수술 후 6일 째, 학수고대하던 방귀가 나오자
"백석교회 예배 광고시간,
담임목사님의 방귀유머로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총장님이 전하는 소식으로 간만의 병실 안은 밝은 웃음이 가득하다. 
 
 
할아버지께서 눈물을 보이신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셔서 생명을 연장해 주신 것이라고.
"저들의 수고와 중보기도, 위로의 발걸음들,
사랑의 빚을 어떻게 갚겠냐"시며..
내가 더더욱 감격해지는 것은
그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이다.
 
찾아온 손님들의 섬김도 훌륭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이사장실의 문턱이 매우 낮음을 본다.
겸손과 검소하게 사신 두 분의 삶이 본이 되었기에
모두가 존경하지 않나싶다.
 
남은 여생, 건강한 삶으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아름답게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며,
결국,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관계의 삶에서 이루어짐을 다시금 느낀다.
믿음의 사람들의 관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2007.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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